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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트자산운용의 에세이입니다.

제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성일 2010-04-20
학창시절에 가장 많이 배운 것은 ‘그래서’ 이다. “A이다. 그래서 B이다.(이하 A->B)” 형식의 지식을 지겨울 정도로 반복 학습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래서’ 에 길들어져 있다.

지식을 습득하고 이해하는 방법으로 ‘그래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식을 지혜로 발전시켜 중요한 판단을 하는 방법에서의 ‘그래서’는 상당한 경계심이 필요하다. ‘A->B’라는 지식을 얻음과 동시에, ‘A->C’의 가능성을 잊을 수 있고, ‘not A -> not B’ 라고 쉽게 판단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키가 크다’ 그래서 ‘농구를 잘 할 수 있다’ 라는 지식을 얻음과 동시에, ‘키가 크다’ 그래서 ‘배구를 잘 할 수 있다’의 가능성을 잊을 수 있고, ‘키가 크지 않다’ 그래서 ‘농구를 잘 할 수 없다’라고 쉽게 판단해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식으로 중요한 판단을 한 경우 판단의 절대적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뒤늦게 후회를 하기 쉽다.

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단어와 판단 방식을 상당히 선호한다. 두뇌의 기본 바탕은 ‘그래서’ 방식으로 길들여져 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가미하면 지혜롭고 후회없는 그리고 절대적 이유가 있는 판단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을 예로 들어보자. ‘그녀가 예뻐서 좋습니다’, ‘그녀의 경제력이 좋아서 좋습니다’, ‘그녀가 저와 취미가 비슷하고 말이 잘 통해서 좋습니다’ 등의 ‘그래서 사랑’의 경우 오래 같이 살 경우 정은 들 수 있겠지만 꼭 그녀여야 하는 이유가 절대적이지 않다. 본 글의 주제 이해를 위해 본인의 딸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예비 사위를 처음 볼 때를 가정해보면 좋겠다. 이런 저런 좋은 점이 있어서 ‘그래서’ 내 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자와 이런 저런 서로의 힘든 점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자 중에서 어떤 이에게 내 딸을 맡겨야 후회없고 걱정이 없을지 생각해보자.

‘그래서’는 채워나가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비워나가는 것이다. 전자는 자신이 채운 것만 보기 쉽고, 후자는 아직 채우지 못한 것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전체를 볼 수 있어 겸손할 수 있고 여백을 느낌으로서 여유로울 수 있다.

잘난 투자자는 어떤 기업의 장점을 잘 발견하여 ‘그래서’ 투자를 하고, 위대한 투자자는 어떤 기업의 단점을 잘 알고 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한다. 잘난 투자자는 투자기업의 장점을 외부에 알리기 바쁘고, 위대한 투자자는 투자기업의 절대적 투자 이유를 내면에서 키우기 바쁘다.

‘그래서’로 많은 지식을 얻었다면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깊은 지혜를 얻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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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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